WBC 대표팀 김도영(왼쪽)과 안현민 등 선수들이 4일 일본 도쿄돔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지난 2~3일 일본프로야구 팀과 2차례 연습경기에서 폭죽처럼 홈런을 쏘아 올렸다. 김도영이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고, 동갑내기 안현민도 뒤질세라 담장을 넘겼다. 한국계 우타 거포 셰이 위트컴도 대표팀 공식전 첫 안타를 대형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번 WBC 성패는 타선이 얼마나 폭발하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 원태인, 문동주, 라일리 오브라이언 등 마운드 핵심 자원들이 부상 이탈하면서 마운드는 100%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최근 연습경기에서도 불펜 난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고민을 키운다.
타선의 힘으로 승부를 봐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바깥에서 보는 시선도 다르지 않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도쿄돔 공식 회견에서 한 일본 기자는 류지현 대표팀 감독에게 “한국 대표팀은 훌륭한 타자들이 많은데, 조별라운드도 타자 쪽에서 힘을 발휘해서 승리하는 패턴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류 감독은 “오키나와 첫 연습경기보다 4·5번째 경기 타격감이 더 좋았고, 오사카 연습경기는 더 좋았다. 한국계 선수들도 시차 적응 문제나 리듬이 많이 좋아졌다. 시너지가 잘 형성된다면 (조별라운드에도) 공격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답했다.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줬다는 게 연습경기에서 고무적인 부분이다. 김도영, 안현민, 위트컴이 홈런을 쳤고 저마이 존스도 날카로운 타구를 안타를 때렸다. 주장 이정후는 상대 일본 팀 감독들이 감탄할 만큼 한 차원 다른 스윙을 타석마다 보여줬다. 지금도 뜨거운 타격감을 5일 체코전부터 7일 일본전, 8일 대만전에 최고점을 찍도록 끌고 올라가는 것이 과제다.
WBC 대표팀 저마이 존스와 김혜성이 4일 일본 도쿄돔에서 훈련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던 2006년, 2009년 WBC를 돌이켜봐도 중심타선의 홈런 한 방이 승부를 결정짓곤 했다. 2006년 이승엽과 최희섭이 홈런을 때리며 초호화 라인업으로 당시 ‘지구방위대’라 불리던 미국을 꺾었다. 2009년 4강 베네수엘라를 무너뜨린 것도 추신수의 1회 3점 홈런 그리고 김태균의 2회 2점 홈런이었다.
타선의 파괴력만 놓고 보면 이번 대표팀은 근래 가장 강하다는 평가다. 2006년, 2009년 라인업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수비가 우선인 포수와 유격수 자리도 타격 좋은 선수들이 들어가면서 쉴 틈 없는 라인업이 만들어졌다. 3일 오릭스전처럼 이정후를 중견수를 선발 기용한다면 1~9번까지 대단히 공격적인 타순이 구성된다. 투수진 컨디션이 아직 최고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대회 타자들의 역할은 2006년, 2009년과 비교해도 더 크다.
대표팀은 이날 도쿄돔에서 공식 훈련을 진행했다. “파이팅, 가자!”하는 우렁찬 구호로 훈련을 시작했다. 도쿄돔 잔디 적응을 위해 수비 훈련을 중점적으로 진행했지만 타격에서도 연신 강한 타구 들이 나왔다.
연습경기에서 연이틀 홈런을 때려낸 김도영은 이날 훈련 후 “타석에서 흐름 자체는 프리미어12 때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2024년 프리미어12 당시 김도영은 3홈런 10타점을 몰아치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다만 프리미어12가 시즌을 마치고 곧장 치렀다는 것과 달리 이번 WBC는 6개월여 실전 공백 끝에 치르는 대회다. 연습경기만으로 채울 수 없는 실전 타격감을 얼마나 빠르게 찾느냐가 과제가 될 수 있다.
김도영은 연습경기 홈런 2개 모두 변화구를 걷어 올렸다. 150㎞ 이상 빠른 공을 2차례 연습경기에서 많이 쳐보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도영은 “변화구 타이밍을 잡아놓은 건 맘에 든다. 직구 타이밍은 한번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WBC 대표팀 셰이 위트컴(왼쪽)과 김도영이 4일 일본 도쿄돔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03년생 황금듀오’ 김도영과 안현민의 시너지 효과는 이번 대회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최근 안현민은 김도영에게 쏟아지는 일본의 관심을 언급하며 “(김)도영이를 좀 더 견제해주시면 좋겠다. 저는 묻어가면서 편하게 시합하고 싶다”고 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공교롭게도 연습경기 2차전 흐름이 비슷했다. 김도영이 3점 홈런으로 상대 투수들의 견제를 뚫어냈고, 경기 후반 안현민이 초대형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김도영으로 시작해 존스, 이정후를 지나 안현민을 만나고 뒤에 위트컴이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대 투수에게 큰 스트레스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점수를 뽑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존스와 위트컴 역시 활약을 다짐한다. 존스는 “김도영, 안현민 둘 다 가진 재능이 정말 뛰어난 선수다. 특히 주변에서 안현민과 내가 체격 등이 닮았다고 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크게 웃었다. 존스는 “위트컴하고도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경기한 경험이 있다. 한국 대표가 됐을 때 서로 문자로 ‘잘해보자’고 했다”면서 “준비는 잘됐다. 대회가 개막하면 또 다른 마음가짐으로 들어가게 될 거다.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