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에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꿈꾸던 명예를 모두 얻은 지금, 이제는 실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영국 매체 더선은 29일(한국시간) "토트넘이 구단 레전드 손흥민을 이번 여름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시키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사우디 구단들이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토트넘은 거액의 제안이 들어오면 방출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지난 2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토트넘 입단 10년 만에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또한 17년 동안 이어진 토트넘의 무관 징크스를 깬 주장, 역대 세 번째로 유럽대항전 우승을 이끈 주장으로 구단 역사에 남게 됐다. 토트넘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도 차지해봤던 손흥민은 딱 하나 부족했던 우승컵을 추가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명예는 충분히 쌓았다. 이제는 커리어 황혼기를 앞둔 손흥민이 실리를 챙길 때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구단에서 갖는 상징성과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크다. 지난 1월 계약 기간을 2026년까지 1년 더 연장했으나 손흥민은 이제 30대 중반이 됐다. 재계약 종료 시점에는 34세가 된다.
이미 이번 시즌 나이로 인한 기량 저하가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잦은 부상과 체력 저하로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8시즌 연속 이어졌던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이 9시즌 만에 중단됐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계약 만료까지 1년 앞으로 다가온 손흥민을 최대 몸값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다. 내년 1월부터는 보스만 룰에 따라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하고, 계약 만료 시에는 이적료 한 푼 없이 이탈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우디에서 거액의 제안이 오면 토트넘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쉽게 뿌리칠 수 있는 유혹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 현지에서도 토트넘이 손흥민을 방출하고 현금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토트넘이 손흥민의 높은 주급 부담을 덜고 이적료 수익을 얻는 쪽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이번 여름은 구단과 손흥민 양측 모두에게 결별하기에 최적의 시기처럼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웹 역시 "손흥민의 주급이 이제 과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구단이 연봉 삭감이나 이적 결정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에서 19만 파운드(약 3억5200만원)로 가장 많은 주급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사우디는 몇 년 전부터 손흥민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2년 전엔 알 이티하드에서 4년 총액 2400억원에 달하는 거액 제의를 했으나 손흥민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토크스포츠에 따르면 사우디 리그는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 영입이 무산된 뒤 살라를 대체할 슈퍼스타로 손흥민을 점찍었다.
이에 대해 영국 더선은 "사우디의 억만장자들은 손흥민을 알나스르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후계자로 삼고 싶어한다"며 손흥민이 극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기에 사우디 리그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최적 자원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물론 손흥민은 지금까지 사우디행에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제는 명예만 좇던 과거의 손흥민이 아니다. 이제 손흥민은 최고의 명예를 얻었고, 기회가 왔을 때 실리적인 선택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가 됐다.
토트넘이 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한다면 손흥민 역시 사우디 이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실적 선택을 내리는 방안도 고려할 때다.
과거 사우디에서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였을 때 사우디 측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연봉은 무려 3000만 유로(약 468억원)였다. 4년 계약이 유력했기에 사우디로 향했다면 벌어들일 수 있는 돈만 해도 1600억원이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전성기가 지난 손흥민에게 그때처럼 많은 돈을 보장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액수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수 생활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손흥민을 충분히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적인 부분을 떠나서 특히 자신의 오랜 우상이자 알나스르 소속의 호날두와 함께 뛰거나 그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열린다면 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유혹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매체 기브미스포츠도 "손흥민이 사우디 이적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하면서 "사우디 리그가 아시아 슈퍼스타로 손흥민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원했던 모든 걸 이뤘다. 주장 완장도 착용했고, 통산 454경기에 출전했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는 커리어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개인상까지 챙겼다.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등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커리어를 쌓았다.
손흥민이 박수칠 때 떠나 커리어 마지막을 실리 위주로 설계할 명분도 충분히 만들어졌다. 손흥민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